View
23년 상반기 회고
2023년 상반기는 어떻게 보면 군입대 이후로 처음으로 학교에 대면수업을 듣는 학기였다. 다시 학교를 다니며 서울에서 생활을 하면서,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하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잔뜩 배우고 싶었다. 지난 6개월 동안에 많은 것들을 시도하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일이 일어났고, 정말 많은 것들을 즐겼다.
알아버린 돈 쓰는 맛
돈을 쓰는 맛을 알아버렸다. 지난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에서 매달 100만원씩 장학금을 받고, 이 돈으로 생활하다보니 씀씀이가 100만원에 맞게 크게 늘었다. 나는 100만원 지출도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 달에 140만원씩 돈을 쓰고있다. 거의 뭐 카드를 싸지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집에서 받는 50만원의 용돈, 아르바이트로 버는 40~70만원의 돈, 군적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주식 투자하며 열심히 모아둔 몫돈까지. 얘네들이 얼레벌레 내 100만원이 넘어가는 한 달 지출을 겨우겨우 막아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크로스핏 등록같은 큰 지출은 몫돈에서 숭덩숭덩 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돈을 쓰는데도 탕진하지 않고 내 주머니에 돈이 남아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그래도, 돈을 단순히 많이 쓰기만 하고 있는건 아니다. 솔직히, 이전까지는 돈을 어떻게 써야 잘 쓰는건지 몰라서 모아두거나 돈을 안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카데미에 다녀온 이후로는 돈을 쓰는 재미와 돈을 쓰는 철학을 배운 것 같다. 지출에 대한 나의 신념과 철학이 생겼다고 할까?
일회성의 유흥과 쾌락보다는, 사람을 얻고 경험을 얻고, 취향을 얻을 수 있는 곳에 돈을 쓰자.
올해가 시작되고나서는 나를 위해 좋은 것들을 하나둘 사모으고 있다. 한 순간 즐겁고 말 것들 보다는, 되도록이면 오래오래 쓸 수 있는 물건들에 돈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물건을 고를 때에도, 그냥 물건을 하나 더 들인다고 생각한다면 중고로 싸게 가져오겠지만, “열심히 사는 나를 위한 선물을 고른다”라고 생각한 이후로는 중고로 사거나 싼 물건을 고르거나 저렴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사려는 마음이 싹 사라져버렸다. 오히려 내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쓸 물건인데, 디자인부터 기능까지 더 신중하게 나와 공명하는 물건들을 찾아나서게 되었다. 물론, 이런 태도때문에 내 지갑은 더 아프긴 하지만…
만원짜리 애플워치 충전 케이블보다는 4만원짜리 정품케이블을 샀다. 작고 이쁜 5만원짜리 커피머신과 크고 투박한 3만원짜리 커피머신 중에 고민하다가, 크고 예쁜 10만원짜리 커피머신을 샀다. 2만원짜리 화장품을 살까 고민하다가 2개 행사가로 7만원이 넘는 화장품을 샀다. 8천원짜리 샴푸와 바디워시를 두고 3만원짜리 샴푸와 바디워시를 샀다. 다이소에서 3천원이면 살 수 있는 스포츠타월을 두고 3만원짜리 아레나 스포츠타월을 샀다.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투명 휴대폰 케이스를 두고 신지모루에서 똑같은 투명 케이스를 샀다. 마트에서 2만원짜리 후라이팬을 살 수 있음에도 5만원짜리 테팔 후라이팬을 샀다. 반짝거리고 예쁜 3만원짜리 유리잔을 샀다.
물론 완전히 하이엔드의 소비를 하거나 명품을 사지는 않지만, 내 소비의 질과 눈높이가 다이소에서 이마트 정도로 올라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다이소 등급의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보면서 만들어진 내 취향의 물건들을 이마트 등급으로 사보면서 이렇게나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다고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친구들에게 뭐 또 이런거에 쓸데없이 돈을 쓰냐는 말을 듣지만, 나를 위해 한 소비들이 전혀 수치스럽거나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취향들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고, 나에 대해 더 많이 배웠다는 생각에 대견하기 까지 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내 취향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할 때 내가 가진 소중한 레퍼토리가 되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더 넓은 세상의 새로운 반짝거리는 취향들을 알아갈 수 있다는 것도 너무너무 기쁘고 소중한 경험이다.
새로운 취미와 취향, 그리고 경험. 나의 가치관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소비를 후회하지 않게 잘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30대가 되고나서는, 20대 때 돈을 좀 모을걸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ㅎㅎ
더 열심히 벌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싶다.
계속해서 열심히 벌자. 많이 벌자. 그리고 잘 쓰자.
새로운 취미, 와인과 크로스핏
올해 들어서는 새로운 취미가 2개나 생겼다. 와인과 크로스핏. 둘 다 돈 꽤나 깨지는 취미이다.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맛과 향을 더듬는 걸 좋아하고, 취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와인은 너무너무 잘 맞는 취미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어디에서 먹어본 적 있는 맛의 기억을 더듬으며 ‘비틀즈 껍질 말고 안에 흰 알맹이 맛’이라거나 ‘초등학생 때 줄넘기젤리 맛’같이, 음식의 맛과 향을 찬찬히 살펴보며 그 맛을 묘사해내고, 친구들이 ‘그 맛 맞는 것 같아’라고 공감해줄 때 나는 기쁨과 짜릿함을 느낀다. 와인이 딱 그렇지 않을까? 백경이형네 놀러가서 와인을 맛보고 ‘딸기잼 맛’이라고 표현했을 때 형이 내게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줬을 때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었고, 주형이 집에 놀러가서 내려준 커피를 맛보고 원두의 테이스트노트를 맞추고 주형이가 일부러 의도한 단맛 같은 것들을 눈치챘을 때 나한테 감각이 좋다는 말을 해줬는데 아닌 척 했지만 속으로는 너무너무너무 행복했다. 아무래도 향과 맛을 느끼고 즐기고 표현하는 것에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가보다.
조금씩 와인을 사서 마시기 시작했다. 소주는 맛이 없어서 원체 안먹는 편이기도 하고, 맥주도 흑맥주를 좋아하지만 주변에서 새로운 흑맥주를 쉽게 구할 수 없다보니 기네스와 코젤다크를 계속 마셨고, 막걸리는 맛있긴 하지만 같이 먹어줄 친구가 없다보니 내심 아쉬웠던 것 같다. 집에서 달달한 칵테일이나 종종 혼자서 만들어 마셨지만 이것저것 섞는 것도 귀찮고 리큐르를 구하는 것도 일이라고 느껴졌다. 그런데, 와인은 달랐다. 혼술의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더라도, 혼자 와인 마신다고 했을 때 썩 괜찮은 이미지로 보여지는 것도 좋았고, 품종과 원산지와 발효과정에 따라 달라지는 무궁무진한 맛과 향의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럼에도 편의점에서 다양한 와인을 손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도 좋았다. 와인을 마시자고 하면 같이 마셔줄 친구들도 많이 있다는게 또 좋은 점이였다.
아직은 쉽게 포도 품종과 지역을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와인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맛을 더듬으며 가다보면, 와인에서도 딱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와인을 발견하고 취향을 쌓아가며 또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시작은 중앙대 크로스핏 동아리에 가입해서 운동을 한 것. 토요일에 한 번 운동을 하는데, 지하의 던전같은 느낌의 박스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나는 별 생각없이 몸만 잘 풀어서 가면 땀을 쫙 빼고 숨을 헐떡이게 만들고, 근육을 덜덜 떨리고 근육통이 배길 정도로 만들어주는 점도 좋았다. 4번정도 크로스핏 동아리에 나가고 나서 우리 집 앞에 있는 크로스핏 박스가 점점 눈에 들어왔다. PT를 받으면 크로스핏 이용이 무료라고? 근데 PT가 회당 5만원대라고? 안할 이유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어 결제를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대만족이였다. 매일 아침 7시에 나가서 운동을 하고 주 2회 오후에 PT를 받는데, 일단 몸이 너무 이뻐졌다. 나름 헬스를 할 때는 정체기라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체중이 5kg가 늘었다. 그런데 체지방은 빠지고 골격근이 더 늘어서 체중이 는 것이였다. 어머… 이전에 하지 않았던 체조와 역도 동작들을 활용해서 운동을 한다는 것도 너무 재밌었다. 스쿼트나 데드리프트같은 복합 다관절 운동을 좋아하기에, 스내치나 클린앤저크, 푸쉬프레스같이 온몸을 써서 수행하는 동작들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다. 60kg가 넘는 무게를 바닥에서부터 휘리릭 챡 머리 위로 들어올린 다는게 너무 매력적이다. 친구들은 이해 못하겠지.
아침 7시 반의 파이팅넘치는 사람들도 크로스핏을 계속 하게 만들어주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인철님! 살갑게 대해주시고 재미있고 에너지도 전달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혼자 헬스할 때 보다 계속 아침마다 운동하러 가고 싶게 만들어준다. 같이하는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도 확실히 무시 못해.
아침 7시에 운동을 가는 것도 좀 힘들긴 한데, 또 오후시간을 여유롭게 쓰려면 아침에 운동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아침마다 운동을 하냐고 하겠지만, 나는 항상 내가 저녁형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저녁에 머리를 쓰는 일을 하기 위해서 아침에 미리 운동을 끝내버리는, 부지런한 저녁형 인간이지 않을까?
사실 운동을 하면서 체력이 늘었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매일 아침에 에너지를 쓰고나서 일과를 시작하니깐, 이미 피로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서 그렇겠지..? 낮에도 좀 에너제틱하게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만큼 체력을 키우는게 크로스핏의 2번째 목표가 될 것 같다.
크로스핏을 계속 하려면 한 달에 15만원씩 모아야한다. 기억하자 박성민. 한 달에 15만원.
개발은…?
이게 제일 문제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새로운 취향과 취미를 발견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 너무 즐거운 경험들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취해서 개발을 안하고 있다. iOS 한다며!! watchOS 한다며!!! 컨퍼런스 연사자 해보고 싶다며!!!!
요즘에는 내가 개발이 적성이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고있다. 솔직해지자면, 아무래도 주변에 주형이처럼 개발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겠지? 개발을 하는 것도 물론 즐겁고 재미있지만, 이것들보다 더 나에게 짜릿하게 느껴지는 자극적인 것들이 주변에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자극적인 것들을 좇다보면 내가 원하는 개발을 할 시간이 모자라지고, 결국 또 놓아버리고의 반복이 되어가는게 문제다. 항상 의식하고 있지만, 따라잡는게 쉽지는 않다. 요즘에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오랜시간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집중하는 것도 힘들게 느껴진다. 30분 이상 집중을 못한다고 해야하나? 이게 다 유튜브를 많이 보고 야동을 많이 보고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들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서 그런 것 같다. 진심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는 iOS 프로젝트로 앱을 하나 출시하고, 캡스톤으로 만들고 있는 플러터 앱을 하나 출시하는게 나의 목표이다. 이 둘은 기필고 지켜내야겠다.
블로그도 다시 기록을 시작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씩 쌓아가고 있는 지식들을 어딘가에 기록해두지 않으니 다 휘발되어버리고, 놓쳐버리게 되는 것 같았다. 나름 자신있어하는 능력 중 하나가 정리하는 능력인데, 배우고 성장하는데 이걸 쓰지 않고 있는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들도 배워내고싶고, 내년에 인턴을 하기 전에 실무적인 역량을 쌓는 것도 필요하고, 스위프트로 코테 준비도 해야하는 걸 알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너무 놀아왔던 것 같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조금은 계획적으로, 조금은 내 밥벌이를 생각하면서 배우고 기록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늘 그렇듯, 조금 하다보면 다시 익숙해지고 궤도에 올라서 이전처럼 착실히 잘 해낼 수 있으리 믿는다. 그게 나니깐 ㅎㅎ.
그래서
올해에 들어서는 생각도 많아지고, 조금 더 다방면에서 생각할 줄 아는 철학적인 사람이 되었고, 나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되었다. 성숙해졌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취미도 생기고 운동도 시작하고. 그치만 아직은 내 밥그릇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제일 우선인 실무역량을 쌓는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해가 지나면서 주절주절 회고를 작성할 때는 개발 파트에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올해가 가기 전까지 시도하려 하는 것
- iOS 프로젝트 앱 출시하기
- 캡스톤 플러터 앱 출시하기
- 저탄고지 시작하기
- 와인에 대해 더 폭넓게 알기
- ❤️ 행복하기 ❤️
'경험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4년 3분기 회고 (6) | 2024.10.05 |
---|---|
🏃♂️➡️ 24년 2분기 회고 (0) | 2024.06.27 |
🥳 24년 1분기 회고 (0) | 2024.03.27 |
[Swift] 야곰 iOS 리팩토링 강의 후기 (0) | 2024.03.26 |
4주 동안의 갓생 챌린지 (0) | 2024.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