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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영어를 외국어로 배워온 우리에게는 굴절어인 라틴어는 다소 생소해서 배우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굴절어라는 언어 패러다임이 어떤건지도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 단어나 굴절의 방법을 외워야한다는 생각이 라틴어를 배우는데에 장벽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라틴어를 공부하면서 든 생각은, 한국어가 굴절어와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영어보다는 라틴어가 오히려 배우기 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아래의 본문에서 설명해볼게요.


언어의 패러다임

언어를 형태론적으로 분류하였을 때 4가지의 경우로 나뉜다. 고립어, 교착어, 굴절어, 그리고 거의 쓰이지 않는 포합어. 포합어는 이누이트어, 마야어 등의 마이너한 언어이기 때문에 제외한다고 보고, 나머지 3개의 경우에 대해 기술해보겠다.

영어는 고립어

고립어는 단어가 변화하지 않는 대신, 어순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언어로, 대표적인 고립어로는 영어, 중국어 등이 있다. 다음 문장들을 살펴보자.

Groovit likes good friend. 그루빗은 좋은 친구를 좋아한다.
Good friend likes Groovit. 좋은 친구는 그루빗을 좋아한다.
Good Groovit likes friend. 좋은 그루빗은 친구를 좋아한다.
Groovit good friend likes.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

단어들은 모두 같지만, 단어의 위치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주어인지, 목적어인지, 동사인지, 어떤 것을 수식하는 지는 단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어는 교착어

교착어는 문장이 어근+접사로 이루어져 있는 어절들로 구성된 언어로, 대표적인 교착어로는 한국어, 일본어 등이 있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그루빗은 좋은 친구를 좋아한다.
좋은 친구를 그루빗은 좋아한다.
그루빗은 좋아한다 좋은 친구를. (X)
좋은 친구는 그루빗을 좋아한다.
그루빗을 좋은 친구는 좋아한다.

조사가 있기 때문에 어순이 영어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지만, 어느정도의 제약은 존재한다.

라틴어는 굴절어

굴절어는 단어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문법적인 의미를 갖는 언어로, 대표적인 언어로는 라틴어, 로망스어군 등이 있다. 단어가 굴절을 한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헷갈린다면,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Bonus amicus Boni amici bonum amicum amat > 좋은 친구의 좋은 친구는 좋은 친구를 좋아한다

주격, 소유격, 목적격이 이렇듯 비슷한 형태에 다른 어미를 가지고 표현된다. 이러면 한국어랑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 굴절어랑 교착어가 어떻게 다른가? 에 대한 의문이 생길텐데, 영어에 남아있는 라틴어(굴절)의 흔적을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영어의 Have 동사를 떠올려보자. have 동사의 활용을 배울 때 have, has, had 가 ha- + -ve, -s, -d로 배우지는 않았었다. 그냥 have, has, had 였을 뿐. 이런게 굴절어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라틴어의 잡다 라는 의미의 단어가 원형은 Capere 이지만, 1인칭으로 사용될 때는 Capio가 되고, 과거형 1인칭으로 사용될 때는 Cepi로 변하는 등의 형태 변화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접사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형태가 바뀌어서 문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런 것을 굴절이라고 한다. 한국어(교착어)는 이와 달리, 어근에 어떤 접사가 붙는가에 따라서 문법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에 굴절이 아닌 교착어이다.

라틴어는 이렇게 단어의 형태에 문법적인 의미가 결정되기 때문에, 조사가 붙는 한국어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다음 문장들을 보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Groovius bonum amicum amat. 그루빗은 좋은 친구를 좋아한다.
Groovius amat bonum amicum. 그루빗은 좋은 친구를 좋아한다.
Bonum amicum Groovius amat. 그루빗은 좋은 친구를 좋아한다.
Amat bonum amicum Groovius. 그루빗은 좋은 친구를 좋아한다.
Groovius amicum amat bonum. 그루빗은 좋은 친구를 좋아한다.

다 같은 의미이다! 물론 좋은 문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틀린 문장은 아니니까 일단 문법적인 내용을 위해 보자. 주격의 형태인 -us를 가진 Groovius는 주어로 사용되었고, 목적격의 형태인 -um을 가진 amicum이 목적어로 사용되었다. bonum은 목적격을 수식하기 위해 -um의 꼬리를 달고 나와 문장의 어디에 있든 amicum을 수식하게 되고, amat은 어디에 있든 3인칭 동사로서 Groovius의 동작을 서술한다.

그래서!

라틴어는 굴절어이다. 문법적으로 낯설어서 어색할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라틴어의 모든 동사는 have나 be 동사처럼 변화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단어들이 불규칙한 것은 아니다. 명사, 동사, 형용사가 각각 몇 가지의 규칙을 갖고 있어서 이에 따라 굴절을 하며, 몇 개의 불규칙만을 기억하면 된다. 스페인어를 배울 때 동사의 굴절이 정말 엿같다고 말하지만, 라틴어를 배우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는 할 만 하다는 거? ㅋㅋㅋ

앞으로 인트로로 소개할 라틴어의 배경이 몇 가지 더 있어서 포스팅을 2개 정도 더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라틴어 배우기 포스팅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꺄륵!


Written with Stack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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